저는 자살 실패자 입니다.
질문이 있어 오늘도 죽음에 대해 고민해 봤는데,
여전히 죽을 수 있으면 삶을 그만해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요새 지인을 포함해 자살의 소식들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는 걸 말리지 않고 봐줄 사람이 필요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요.

저는 죽음 옆에 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내일도 도살장에 갑니다.
죽임 당해서, 죽음의 존엄마저 빼앗기는 이들에게,
죽음이라도 돌려주고 싶습니다.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는 모르는 게 아님에도, 결국 죽음으로 건너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저는 보내야 했던 그 친구에게, 죽을 수 있다고, 죽는 건 너의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죽음이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힘들어서 죽었다는 식으로 정리되는 게 아니라,
죽음이 죽음으로 존중 받아야, 그가 힘들었던 것도 왜곡되지 않을 수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생각해보면, 죽음이 존중 받지 못한다면, 사실은 삶도 삶이 될 수 없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죽을 수 있는 권리를 함부로 빼앗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삶도 계속 왜곡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아직 죽지 못했고, 그래서 계속 살아가야 한다면,
그렇게 죽음을 돌려주는 일을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죽을 수 있다고, 너의 탓이 아니라고 말하며 죽음을 죽음으로 보내 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자살을 말리는 게 아니라, 그 죽음을 온전히 보내주는 이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연락을 받아도 좋을 듯 합니다.
자살을 돕는 건 아니고, 죽음의 옆에서 죽음을 돌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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