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통의 사람들은,

그 보통이란 것이

가지지 못한 사람들 아니 빼앗긴 사람들을

어떻게 죽음으로 몰아가는 지

살아도 살아있지 못한 상태로 만들고 있는 지

관심조차 없다.


그보다는 

가지지 못한 거 자체부터가 죄라고 하며

그들이 가지지 못하게 하는 사회를 묵인한다.


내 것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남의 것을 빼앗는 사회를 묵인하고,

결국은 나의 것을 빼앗기며,

원망 속으로 들어간다.


그게 보통이다.

특별히 악해서가 아니다.

특별히 선하지도 않을 뿐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특별히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특별히 선해야 아름다운 게 아니다.


사람을 아름답다고 하는 그 무게는 무겁다.

갓난 아이의 곤히 잠든 모습,

자기 피해가 없다고 약자들을 혐오하는 모습,

삶을 짊어진 아버지의 등,

억울하게 죽은 자들을 조롱하고 빼앗긴 자들을 기만하는 자기중심성,

이 모습들은 사실 같다.


[2]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자신이 없다.

내게 어떤 특별함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그냥 유치함이었을 뿐이었다.

막상 나를 까보자

살아갈 능력조차 없었다.

불안하고 무섭다.


[3]

오늘 아침은 바로 저 두 가지가 같은 곳에서 나오는 생각임을 깨닫는다.


바로 그 세상에서 어떻게 시작할 것일지,

바로 그 나에게서 어떻게 시작할 것일지,

그것이 세상이 되는 거고

그것이 내가 되는 거였구나.


이미 고려할 필요도 없이 나에게는 힘이 없다.

애초에 그랬다. 그걸 자꾸만 까먹었을 뿐이다.

힘은 애초에 내 몸을 구성하게 해주는 이 세상에 있다.

지혜는 애초에 내 생각을 구성하게 해주는 이 세계에 있다.


태초는 작고 따뜻한 웅덩이였다.

모든 것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태초는 억겁의 시간을 돌아 지금 여기 우리라는 모습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만났다.

나는 지금이란 것이 너무나 그립다.

나는 여기란 것이 너무나 그립다.


내가 무언가를 가진 것이 아니었다.

지금 여기가 나를 가진 거였다.


지금 여기라는, 이 넓은 세상이라는, 수억의 시간이 지난, 작고 따뜻한 태초.


에고.

그래.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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