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비둘기의 영명은 Rock Dove. 원래는 바위 지역에 사는 고고한 새였습니다. 그 아름다움에 반해 사람들은 그들을 집짐승으로 만들었지요.
이들이 우리나라에 넓게 퍼진 것은 88올림픽과 같은 의전행사용으로 사용되고 버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그들의 서식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잡았지요. 콘크리트라는 바위 지대. 그러나 그들의 유전자가 기억하고 있던 청정함은 없는 곳.
인간이 끌고와, 인간이 오염시킨 곳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원래 삶 속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배운 적도 없는 그 더러움을, 뒤집어 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알지 못하는 먹이들, 생존을 위해 인간이 버린 것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그 모든 것들을 버텨내고, 인간의 오물을 생명으로 전환시켜서, 인간에 의해 비어버린 하늘에 생명의 선을 그려놓고 있습니다.
그래요. 이들은 더럽습니다. 유해조수라고 하지요. 그러나 이들이 지닌 생의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없다면, 그 더러움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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