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목소리에 슬며시 "태아의 생존권"을 대립시키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프레임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낙태죄 폐지가 임신중단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고, 결국엔 감소한다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편 태아의 생존권이 정말로 그렇게 중요했다면, 장애가 있거나 극빈층의 경우에는 이미 법적으로 허용되어 있는 임신중단에 대해서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겉으로 보기에는 두 가치가 대립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립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성이 억압되는 일이 태아와 연결된다.
임신과 관련하여 여성이라는 조건 자체가 동등한 계급이 될 수 없고, 동등한 인간이 될 수 없는 구조가 있다. 매년 증가 일로에 있는 신생아의 유기 역시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다.

결국 계급의 문제이며, 여성 억압에 대한 적절한 사회적 장치가 없는 사회에서, 미성년, 미혼모, 아니 모든 임신 가능한 이들에게의 임신은 계급을 더욱 확실히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미 여성은 온전한 생명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 몸에 연결되어 있는 임신도 생명이 되기 어려운 구조 속에 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의 반대편에 있는 것은 "태아의 생명권"이 아니다. "남성의 무책임과 폭력의 보장"이 있다. 태아의 생명을 위협하는 건 여성이 아니라 가부장제다. 태아의 생명권의 프레임은 허울 좋은 자기만족을 위해 진정 태아의 생명을 위협하는 구조를 보장하는 일이 된다. 여성이 동등한 인간이 되는 곳에서야 태아의 생명 또한 보장될 수 있다.

그 구조가 보이지 않는다면, 이미 죽음의 원인인 가부장제에 부역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는가?
오직 여성에게만 책임이 씌워지는 분리적 사고에서 관계적 사고로의 전환이야 말로 죽음에서 생명으로의 전환이다.

https://news.kbs.co.kr/mobile/news/view.do?ncd=4178108

* 여성과의 대립으로 만드는 문제인만큼 덧붙이자면, ftm의 경우나 젠더퀴어 등 남성이나 비여성의 임신도 가능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