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음식에 후추를 넣지 않는다. 후추 앨러지가 있기 때문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기도가 부어오르기도 한다.

BA가 함께 먹을 순대국을 끓이게 되었다. B가 찌개에 후추를 넣으려고 하자 A가 다급히 막았다.

 

A : 안돼! 나 후추 앨러지가 있어! 찌개에 후추 넣지마!

 

B : 아니, 순대국에 후추 넣지 않으면 무슨 맛으로 순대국을 먹어? (계속 후추를 넣으려 한다)

 

A : (계속 막으며 큰 소리를 친다) 나 후추 앨러지라고!

 

B : (살짝 노리가 높아진다) ! 계속 앨러지라니. 그렇게 과격한 말을 써? 땅콩이나 이런 거에 앨러지가 있는 거지. 너 싫어한다고 후추에 앨러지를 갖다 붙이냐? (계속 후추를 넣으려 한다)

 

A : (A는 화를 내기 시작한다) 아니, 그러니까 후추에도 앨러지가 있다고!

 

B : (짜증을 낸다) 내가 참으려고 했는데, 너 너무한다? 너 같은 사람들은 그게 문제야. 너가 싫어해서 그런다고 제대로 말하던지, 앨러지라는 과격한 말을 써가면서 내가 마치 널 괴롭게 만드는 것 처럼구냐?

 

A : 후추 넣으면 앨러지 반응 나온다니까! 실제로 고통이 되는 거라고!

 

B : 아니, 나도 순대국에 후추 안넣으면 괴로워. 넌 나와 반대로 논리 없이 니 주장만 하고 있고, 넌 나한테 계속 소리지르고, 내 손도 막고, 너는 니가 하는 짓은 안보이지? 처음에 짜증 낸 것도 너 아냐? 너가 지금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잖아. 그런데 너 같은 사람들은 네가 맞다고만 하겠지.

 

A : 이건 의견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킬 건 지켜줘야지!

 

B : 니 말대로라면 왜 다들 순대국에 후추를 넣어서 먹겠냐? 난 후추 앨러지 본적도 없어. 앨러지라고 상상하니까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거지. 지킬 건 지켜줘야 한다고 말하는데, 니가 남한데 후추 넣지 말라는 것도 침해 아니야? 너야말로 니 얘기만 하면서 침해하지 말아줄래?

 

다른 친구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시끄러운 상황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

그런 상황이 되어 AB는 서로 계속 얼굴을 붉히고 있게 되었다.

이때 평소 자기 스스로 정의로운 사람이라 생각하는 C가 말한다.

 

C : 친구끼리 얼굴 붉히는 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야. 서로가 서로의 의견만 맞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니? 그리고 왜 그렇게 서로 화를 내? 그러지 말고 서로 양보해서 후추를 반만 넣어. 그렇게 서로를 이해해가는 게 친구 아니겠니.

 

B : 맞아. 나도 친구끼리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해. 진짜 중요한 건 친구끼리의 우정이니까. 그럼 나도 후추를 반만 넣을께. 미안하다 A.

 

그리고 모두는 A를 쳐다본다.

 

A : .......

 

**

사실 BC, 주변인들 사이에선 차이가 없습니다. 모두 가해자들입니다.

B가 짜증이 나게 된 일도, A가 예쁘게 말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B가 가해를 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가해가 가해였음을 말했을 때 B도 가해를 하지 않고, 짜증날 일도 없었습니다.

가해를 할 수 있는 권리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가해자가 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피해자가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해를 가해로 인정하고 더이상 가해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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