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물을 바치기 전에는 죄가 있다가 제물을 바친 후에는 죄가 사라지는 것일까?

오히려 죄가 없기 때문에, 제물을 바치는 자격이 주어진 것 아닐까.


[2]

제물을 바치는 사람은 공적인 자리에서 죄가 있다는 게 드러난다.

그것이 개인적인 수치심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세상의 전략이다.

그의 죄에 함께 부끄러워 하기 위해, 죄의 연대체가 되기 위해 공식적인 자리가 제공되는 것 아닌가.

그가 죄가 없는 것은 우리가 죄가 있기 때문이다.


[3]

제물은 자신이 원해서 그 자리로 가는 게 아니다.

죄를 짓는 존재들은 죄를 책임질 수 없다. 그래서 죄를 덮어 씌운다.

평화는 말한다. 평화라는 것은 너희가 약자들을 제물로 배제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4]

참사의 피해자들을 평화를 위한 희생양이라 말하는 게 우리다.

제물이란, 나와 우리의 죄를 위해 약자의 피와 살덩이가 마녀사냥 처럼 불태워지는 그 향기다.

그 앞에서 연기를 바라보느냐, 죄가 없는 나를 바라보느냐의 선택이다.


[5]

죄는 빼앗은 걸 돌려주는 걸로 해결되지 않는다.

빼앗으면서 내가 얻는 것은 1이라면, 빼앗긴 사람은 2를 빼앗기기 때문이다.

그것은 온전한 순환의 고리가 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한 고리가 깨졌기 때문에 2를, 3을 돌려주어도 채워질 수 없다.


[6]

우리가 제물을 불태우는 위선적 존재임을 시인할 때, 죄를 해결할 어떤 방법도 없다는 걸 인정할 때, 우리 모두 가해자의 동료라고 고백할 때, 그때에 우리는 제물에게 속한다.

제물이 우리 생명의 주인이 된다. 나의 부모나 자식을 무쇠솥에 삶은 것 이상, 생명의 주인이란 것은 그 이상을 뜻한다.


[7]

영영 우리가 채울 수 없기에, 그때에 우리는 이미 채워져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은혜라는 것은 단지 따뜻하고 자신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은혜라는 것은 살과 피가 삶아지고 불태워지는 그 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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