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3일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슬슬 입에서 조금 냄새가 나기 시작 합니다.
단식을 추천하는 사람들은 이를 두고 명현반응이라고 합니다. 독소가 빠지면서 몸이 건강해지는 거라고 설명합니다.
그게 왜 단식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될까요? 결국은 사람들의 관심사는 자기 몸만을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명현반응은 없습니다. 몸이 고장 나고 있는 것을 몸이 보여주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건강해지는 것은, 이전의 생활습관이 원래의 내 몸을 더 고장 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사회에서 말하는 건강한 생활대로 살면 어느정도는 건강이 유지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지혜롭지 않습니다. 채식의 이점에 대한 연구결과가 있듯 육식의 이점에 대한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둘을 마주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채식의 이점은 조금 부족한 연구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실제 필요양보다 훨씬 높게 측정된 최소 육식권장량을 믿으며, 또한 언제나 그것을 초과하여 먹고 있습니다. 그렇게 균형이 깨진 상태를 건강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리고는 거기에 운동을 더해서 근육을 늘립니다. 그러나 나라는 살덩이를 위해 세상과 나를 망가뜨리고 있어도 우리는 광고와 욕망에 근거한 상식에 의해서 그러한 파괴를 보지 못합니다.
건강은 다른 관점으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나를 통해 세상이 건강해질 때 내가 건강해지는 것입니다. 먹는 것도 내가 먹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다만 세상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 몸만의 건강은 없습니다. 실제 건강한 사회에서는 식료품의 양이 정해져 있어서 과식을 하면 굶게 됩니다. 그 땅과 기후에 맞춰진 적당한 육식의 양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몸의 건강과는 어쩌면 조금 다를 수는 있습니다만, 땅을 넘어설 때 파괴가 시작되며, 우리의 영혼과 미래도 파괴되기 시작합니다.
저는 저의 어리석음을 알고 있습니다. 나름 노력을 해보려 해도 잠시 놓친 생활습관이 쉬이 돌아오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저의 몸을 위해서만 단식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빼앗아버린 땅의 건강을 똑바로 인식하기 위해 단식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어떻게 나를 위한 상식에서 땅을 위한 연대로 회복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명현반응은 없습니다. 내 몸이 조금은 망가지고 있습니다. 이것 없이 저는 돌이키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제 몸을 살리는 이유는 상호작용 속에서 세상을 살리기 위함입니다. 내 건강을 위한 디톡스가 아니라 광고와 욕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땅을 향해 돌이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단식은 분명 저를 더 건강하게 할 것입니다. 그것은 단식 때문이 아니라 제가 땅을 향해 돌이켰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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