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란 무엇인가? 공간은 지형과 구조물 등을 통해 정해진다. 그러나 공간 내에서도 생활을 통해 상대적인 의미가 결정된다. 예를들어 같은 크기의 방이라고 해도 침실에서는 뒹굴거리는 수평적 의미가 중요해지고, 서재에서는 책을 꽂는 수직적 의미가 생겨난다.

하나의 공간에서는 시간축이 중첩되기도 한다. 눈 앞에 날아가는 나비, 걸어가면 나비가 채우던 공간에 내가 채워져있다.

시간에 따른 공간에서의 농도. 하루동안 나의 동선에 따라 연한 붉은 색이 그려진다고 상상해보자. 내가 오래 머무는 곳이나 자주 오가는 곳은 색이 더 진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하나의 실타래가 되고, 모든 공간들은 그 실에 꿰여 하나로 통합된다. 따라서 그 모든 시간의 공간들은 나라는 이름의 하나의 현상이다.

하나의 공간은 같은 곳에서도 다른 개체에 의해 그 의미가 중첩되어진다. 앞마당의 공간은 흰둥이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참새의 공간이기도 하고, 또한 나의 공간이기도 하다.

처마 위에 딱새가 앉아 있었다. 앞마당에서 보는 처마 위는 나에겐 하나의 풍경이다. 일종의 그림으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공간이다. 그러나 딱새에게는 그곳에서 주변을 펼쳐보며 노래를 부르는 중요한 생활 공간이다. 그는 그곳에서 적과 보물이 있는 이 아래를 바라볼 것이다. 그 다른 두개의 의미가 한 곳에 있었다. 딱새와 나는 함께 있었다. 그렇게 나라는 실타래와 딱새라는 실타래가 만났다.

내가 내쉰 숨은, 마당 안에 심어 놓은 나무의 잎이 되고, 그것을 먹은 벌레는 다시 딱새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노래는 나의 감정이 되었다. 그렇게 다른 존재들의 공간 중첩은 새로운 세상을 탄생시킨다. 만남 속에 모든 실타래는 연결되었고,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가 탄생하고 있다. 그 탄생들 속에서 모든 것은 하나다. 그와 나의 중첩은 그렇게 감동적인 순간이 될 수 있다.

나는 딱새의 공간을 탐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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