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지 않고 하나 하나 천천히 해나가고 있는 요즘이다.
언제가 되어야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니..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그 시간들이 지나고 나서 요새 느끼기에는 뇌능력 마저 많이 떨어져 있다고 느낀다.
그런 식이다. 되돌아가나 싶다가도 뭔가 다시 무너저 간다 싶은 것이다.
무엇이건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고통이란 건 내가 고통스러워하면, 그것으로 일종의 죄값을 치루기라도 한 것처럼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죄의식에 빠지게 한다.
나는 정말 죄를 지은 것인가? 아니다. 그렇기에 억눌리고 분노가 되고 뒤틀린다. 완전함에 집착한다.
고통은 고통의 자리에 가 있지 못한다. 내 자위를 위한 도구가 된다.
그렇게 우린 고통마저 소유하려한다. 그러나 고통에 필요한 건 애도다. 그래야 내가 진짜 고통스러울 수 있게 된다.
애도 속에서는 그 고통이 참으로 우리의 고통이었음을 알아차린다.
고통은 애도 속에서만 고통의 자리로 갈 수 있게 된다.

마치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기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예전으로 돌아가서 내가 당당해지고,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그 고통은 전혀 다른 거였다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고통스러웠다. 그러니 여전히 남아 있는 지금의 무너짐도 수치스러웠다.
고통을 내가 고통스러워 한 것이고, 그렇게 고통을 도구화한 것이다.
다시 나는 애도할 것이다. 고통이 우리의 고통일 때 고통의 자리가 보인다.

달빛 아래 이 잠잠함 넘어에, 나역시 가해자 집단이면서도 눈돌리는 고통이 있고, 나는 여유롭게 내 고통이나 이용해서 괴로움으로 자위한다.
그 못난 모습이 있다. 그것도 부정하지 말고 그저 애도한다. 못난 것이 진짜 못난 것이 될 수 있도록.
감히 울 자격 없는 나를, 이해할 수 없는 우리의 눈물이, 눈물로 초대한다.
눈물은 하늘로 올라 비로 내린다. 여기 우리가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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