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집의 눈으로 보면 개체의 문제를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봤다.
이는 어떤 전제를 가지고 있는지를 간과한 것이다.
군집의 관점이 개인을 가리게 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사고 때문이며, 이는 다른 말로 가부장제, 다른 말로는 위계적 배타주의가 전제가 되어 있을 때의 문제다.
예를 들면 수정의 과정에서 가장 건강한 정자가 수정에 성공한다는 인식이 바로 그런 가부장적 인식이다.
드러나 그 딱 하나의 정자로는 애초에 수정이 불가능하다. 난소까지 가는 길은 힘들고 어려운 여정이다. 그 위험한 길에서 뱅뱅 도는 정자, 다시 뒤로 오는 정자 다양한 정자들의 상황이 하나의 정자가 난자를 만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 준다. 수정은 유일하게 우월한 승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관계의 과정이다. 하나의 수정은 결코 하나의 정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체가 하나의 군집인 이야기다.
이런 관계성이 없을 때, 한 정체성이나 특질을 정상화하고 절대화하기 쉽다.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개체주의가 아니다. 개체주의는 자기를 확대하는 것으로 결국 어떤 개체와의 관계가 아닌 내 감정의 소유를 위해 대상의 감정을 도구화하는 일이 될 위험이 있다. 바로 그것을 극복하게 해주는 것이 군집으로서의 인식이다.
오히려 개체의 문제를 도구화하지 않고 그를 통해 내가 확장되어 애도할 수 있는 것은, 군집에 대한 인식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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