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단식투쟁을 했던 이집트 난민은 도움을 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국에서 독재 앞에 맞서다 난민이 된 그는 예멘 사태를 보며 또다시 목숨을 던진 액티비즘을 펼쳤다.
난민을 환대하자는 것은 내가 주체가 되는 인식이다. 그러나 그 시민 행동에서 주체는 내가 아니라 그였다. 우리는 그와 연대하여 공동주체로 초대되었다. 이 땅에서 시민은 바로 그였다.

그 중 한 분은 후회한다 했다. 그 행동이 혐오세력을 규합하고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다. 언제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감당한다. 자살이 따라온다.
우리는 안다. 지금 후퇴하는 것 같은 이 벽을 손을 잡은 담쟁이 처럼 함께 넘어간다는 것을. 먼저 죽어간 이들을 밟고서 그렇게 오른다는 것을.
지금의 여성혐오의 인식과 미투 운동 역시 그렇게 자살 혹은 이미 시체 같은 삶들을 딛고서 이뤄낸 것 아니던가.

그들은 아무것도 못한 것이 아니다. 그들 때문에  변화는 시작되었다. 이 땅의 역사 또한 증명하듯 말이다.
다만 그 사실이 그의 후회와 고통을 줄여주지 못한다. 다만 그 사실은 우리가 그의 후회와 고통을 연대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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