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랑 고백을 합니다.
그러나 사람에게 하는 고백은 아닙니다.
내 앞의 자잘한 물건들에게 전하는 말입니다.

물건을 가진다는 것, 곧 소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하늘 아래 내 것이 있을까.
산딸기를 따고, 다슬기를 잡고, 채소를 기르고, 닭을 키우다보면
그 모두가 땅을 통해 받은 은혜란걸 알아차립니다.
이제는 그런 일들과 먼 도시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내 손으로 일군 것도 아닌데 손에 들어오니 은혜를 잊기가 쉽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절대 내가 내 돈 주고 샀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땅의 은혜와 사람들의 땀이 있습니다.
물건은 곧 은혜이다.
내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나의 위치에 허락된 것입니다.

물건이 가진 가치는 소유가 아닙니다.
사람들과 세상을 통해 받은 그 고마움이다.
그래서 가진 것이 많다는 것의 진정한 가치는
가진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배풀 수 있게 되어가는 것입니다.
내가 쉽게 얻은 10만원은, 누군가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가 흘린 땀이며, 아줌마라고 부르며 주던 멸시를 견딘 땀입니다. 

작은 것부터 고마워해야 합니다.
우리가 큰 것을 가지면 고마워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고마움이기 어렵습니다.
내가 얻은 큰 것 만큼 다른 사람이 만들어낸 땀 입니다. 우리는 그런 것을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세상은 보잘것 없는 물건이 자신을 보잘것 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쉽게 버는 돈을 포기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잘 것 없는 물건에 감사하는 일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작은 물건에서 부터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진정한 고마움으로 가는 길입니다.

사람들의 고마움으로부터 내 손으로 들어온 인연.
그렇게 허락된 것.
지금 당장 작은 나라서 그저 지키고 싶으서 하는 고백.
당신이 내게로 와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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