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단순히 육체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문화 역시 복합적으로 인간을 구성한다.
육체에 대한 전염병이 있듯, 정신에 대한 문화적인 전염병 또한 있을 수 있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혐오는 그 중 대표적인 전염병일 것이다.
중국이 정말 코로나 19를 잡았을까? 정말 엄중히 검사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폐렴은 거대한 규모다.
<폐렴, 국내 사망원인 4위에서 3위로> http://www.pharm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9384
(2018년 사망자 23,280명. 치사율 1.7%, 하루 63.7명 사망, 무증상 감염 있음)
물론 전파성 높은 코로나19 역시 1년 간 추이를 살펴보아야, 폐렴과의 정확한 비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위험성을 축소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폐렴과 코로나 19를 비교하기 위함이 아니다. 폐렴 역시 감염병으로 그다지 다르지 않은 질환이다. 우리가 만성 감염병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안에 있는 문화적인 전염병인 '혐오'를 진단해 보고자 한다.
결핵 역시 한국에서 결핵 역시 작지 않은 질병이다.
<한국, 결핵 발생률, 사망률 모두 OECD 1위 불명예> http://m.medipana.com/index_sub.asp?NewsNum=247084
(2018년 사망자 1,800명. 치사율 0.005%, 하루 4.9명 사망, 공기 전염됨. 하루 72.4명 신규 감염)
치사율 자체는 높지 않지만, 비말이 아닌 공기 전염도 이뤄지며 2018년 환자수도 33,796명 정도 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결핵은 분리되지 않는 질병이었다.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 씰은 거의 모든 학생들이 사는 것이었다. 이는 결핵환자를 돕기 위한 방법이었다. 결핵 환자는 균 덩어리가 아니었다. 우리의 아픔이고, 함께 짊어지고, 서로가 지지해주는 것이었다.
그런 결핵을 생각하며 코로나19와 폐렴의 비교를 다시 생각해보자. 그것이 크리스마스 씰의 마음이었다면, 코로나19를 통해 또한 잊고 있던 감염병에 고통받는 이들을 떠올리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다른 질병과 비교하면서 자기 공포심에 갖히거나 별것 아닌 일로 생각해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아픔이고, 함께 짊어질 것이다. 바로 거기에 배제와 혐오의 또다른 문화적 전염병이 있다.
국내 외국인에 대해서도 왜 지원해 주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당연한 것 아닌가. 아픔 안에서 함께 서로를 지지해 주는 것이 우리다. 그 지원이 없으면 음지에서 본인도 더욱 위험해지고, 전파는 더욱 확산될 것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더라도 감염병은 약자가 더욱 취약해 지며, 그러니 더욱 서로가 지지해 주어야 할 일이다. 그것이 크리스마스 씰의 정신이 말하는 우리였다.
또 다른 유력한 사망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자살이다. 자실은 일종의 사회적 질병이기도 하다.
<하루 평균 37.5명 꼴 자살… ‘OECD 1위’ 우울한 복귀>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99492&code=11151100
그리고 그 중에서도 소수자들은 취약하다.
<청소년 성소수자 47.4%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2936834
혐오 역시 죽음을 만들어내는 문화적 병원균이다. 특히 약자들에게 더욱 위험하다는 것도 감염병들과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n번방으로 대두되는 가부장제 역시 성별이분법적인 혐오와 배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혐오에 대해 또 다른 혐오로 대응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면 어떨까?
아메리카 대륙에 퍼졌던 전염병 같이 완전히 점령한 문화적 감염병 지대에서 살고 있다. 코로나19와 폐렴의 비교에서 무엇을 떠올렸는가? 우리는 그 문화적 환자들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
그 환자들에게 외국인 감염자들에 대한 배제와 혐오와 그리 다르지 않은 태도로 접근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또한 그가 스스로를 진단하지 못하고 별 일 아닌 것처럼, 문화적 감염 질환자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면, 그가 환자라는 것을 잘 말해주어야 한다. 인지를 흐리는 것이 바로 문화적 감염병의 특성이다.
감기와 코로나19는 다르다. 언뜻 증상이 비슷해 보일 수는 있지만 스스로도 조심해야 하고, 그가 조심하지 않는다면 옆에서도 검사를 받도록 알려줘야 한다. 혐오와 배제가 그렇다. 생각의 차이와 비슷해 보이는 면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인지를 흐리므로 스스로 조심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다양한 생각이 아니다. 혐오와 배제다. 전염되는 정신적, 문화적 질환이다.
우리는 질병, 혹은 장애에 대해서도 배제와 혐오에 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씰'과 같이 질병이나 장애는 우리의 고통이다. 서로에 대한 지지망이다. 정상인과 비정상인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기본값은 비장애, 비질환이 아니다. 인생 속에서 장애 혹은 질환 있음은 기본값, 곧 정상값이다.
다른 질병에 대한 혐오가 없다면, 가부장제와 같은 것들을 문화적 질환으로 보는 일에 대한 오해는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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