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건 사실이다.
죽은 이의 영혼도, 천국도 없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이 사실을 살아가는 존재냐하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이 있는데 천국이 없을 수 없다.
놓쳐버린 이의 영혼은 없을 수 없다.
도망치게 되는 그곳에 낙원이 없을 수 없다.

사실일 수 없고, 존재하지 않을 수 없는
그 사이의 것들은
신비 속에 존재한다.

존재하지 않는 바다에서 생명이 발생한다.
그곳은 우리의 고향이다.
시간 이전의 시대이며, 존재 이전의 장소다.

인간이 육체라면, 그곳은 춤으로 존재한다.
인간이 언어라면, 그때는 노래로 존재한다.
인간이 물이라는 실체라면, 그것은 흐름이라는 실존이다.

그것은 '있다'고 말하는 그곳 그때에 거짓이 되고 사라진다.
그것은 '없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그곳 그때에 인식에 앞서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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