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잘 정리하고 건설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수많은 애도의 방식 중 하나일 뿐입니다.

무기력 한 것, 너무나 멍청한 일을 하는 것, 회피하는 것, 망각하는 것,
그 모두가 각자의 동등한 애도 입니다.

애도는 지문처럼 다 다르고, 날씨처럼 그때마다 달라집니다.
그리고 애도의 끝에서, 그의 생명이 드디어 나의 생명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니 죄의식에게 이 애도의 소중한 시간을 넘겨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그것들을 이어 받을 나에 대한 애도 역시 등한시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어둠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겨울처럼 지나가는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마지막을 향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지금 이 모든 순간에 우리는 서로에게 등불입니다.

남들보다 잘 정리하는 지 아닌 지가 아닙니다.
우리는 각자의 영혼의 색깔로 아픔을 연소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빛깔의 불빛이 됩니다.
각자의 애도의 모습 그대로, 서로의 등대가 되고 있습니다.

극복하고 털고 일어난 후 만나게 되는 게 아닙니다.
지금 여기, 우리는 애도의 과정으로 마주합니다.
별의 역사와 같은 서로의 영혼의 빛을 마주합니다.

다른 이의 불빛을 잘 마주해주세요.
나의 불빛을 잘 마주해주세요.
먼저 간 그도 우리들의 불빛들로 이어져 하나의 별자리가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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