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는 지쳐 있었다. 누구에게 향하는 지도 모를 짜증인지 체념인지를 내뱉었다.
"어차피 우리 걸음으로는 죽을때까지 터널 끝에 도착하지도 못할텐데... 오히려 저 빛 때문에 비참하기만해."
D는 B를 잠시 가만히 바라 보다가 애정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만 저 빛이 있어서 우리가 만날 수 있었잖아. 점점 더 밝아지는 우리 서로의 얼굴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네가 없었으면 터널 밖이든 터널 속이든 무슨 의미가 있겠어. 함께 걷는 이 길이 나에겐 이미 터널의 끝이야. 같이 걷고 같이 쉴꺼야.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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