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만든 예배당에서,
자기가 힘을 낼 수 있게,
어려움 속에서도 확신을 얻기 위해,
예수를 노래하고, 주여 신이여 외친다.
사람이 만든 기도, 내가 만드는 기도를 드리고 있다.

그러나 악에 짓밟힐 수 밖에 없어서,
완전히 힘이 소진됐는데 힘이 없으면 안된다고 하는,
확신이 완전히 무너졌는데도 그저 가야만 하는,
난 기도를 드리지 못하겠는데도 해야만 하는 그 기도는,
내가 만든 기도가 아니다. 나를 사용하는 기도다.

내가 만드는 기도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런 기도는 꽃이자 열매다.
나를 사용하는 기도라는 그 고통 속에서 시체를 쌓는다. 아무런 댓가를 치르지 않았으나 그동안 기도가 없던 이들이, 드디어 그 시체 위에서 자기를 위한 기도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언제나 먼저 존재하는 기도는 나를 사용하는 기도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그 위에서, 댓가 없이, 자기가 만드는 기도를 할 수 있게 된다.

먼저 존재하는 기도는, 죽어서 퇴비가 된다.
꽃과 열매만 말하는 곳에서 퇴비는 노예들에게 맡겨지고 악한 것이 된다. 슬픔과 고통이 배제되는 척 하면서 낙인 찍은 약자들에게 부과된다.
그러나 퇴비와 꽃이 하나되는 기도, 슬픔과 고통이 하나되는 기도는, 대지와 하나가 된다.

먼저 존재하는 기도는, 내가 만든 신에게 드리는 그런 깔끔하고 화려한 기도가 아니다.
핏내나고, 썩은 내가 나고, 완전히 좌절되고, 믿음은 사라지는, 그런 곳에서 피어나는 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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